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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위대한 군왕인 세종 치세의 궁궐 안 살인사건이라는 설정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는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세종의 치세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려낸다.
연쇄살인의 이면에는 뛰어난 천재 집단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있고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다.
주인공 채윤이 마주한 세종의 시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대신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도래하였고 오랜 허물을 벗으려 하는 문명 대전환의 시기였다.
혁명과 투쟁, 전쟁과 대립, 개혁과 반개혁이 부딪치는 역동적인 시대의 변혁을 주도한 개혁군주가 바로 세종이었다.
이러한 격동의 세종 시대는 600백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소설 속 고려사 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의 과거사 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대국인 명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나라를 지향하는 세종의 노력은 반미 논쟁과 닮아있다.
독자들은 시대의 요구를 피하지 않는 집현전 학사들,
새로운 시대를 앞서서 이끌고 가는 군왕,
끝까지 신념을 관철하는 최만리 등등의 인물을 통해 역사의 갈피 속에 묻힌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하게 재현된 시대상은 한국적 팩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600년 전 경복궁과 육조거리,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세종은 반대파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군왕으로 그려진다.
은밀한 비밀결사인 작약시계의 계원인 집현전 학사 성삼문, 이순지, 박팽년, 강희안 등도
개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인물형으로 거듭난다.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와 부제학 정인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라이벌로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역사 속에 박제화 된 인물들도 막 역사책 속에서 걸어 나온 듯 현실감 있다.
천한 신분으로 겸사복(궁궐 수비대원)이 된 강채윤은 비극적인 개인사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고뇌한다.
도살을 생업으로 하는 반인이지만 의술을 펴고 싶은 반인 가리온은 신분의 굴레에서 갈등한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수수께끼의 무수리 소이는 말 못하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부각된다.
생생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 얽히고설킨 의혹과 사랑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1448년 (세종 00년) 가을.
젊은 집현전 학사 장성수의 시체가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속에서 발견된다.
단서는 사자가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과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숱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저주받은 금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매일 밤 이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 주상의 침전에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 저주받은 책들의 공동묘지...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살인자의 정체는 종잡을 수 없다.
사건을 맡은 겸사복 (궁궐 수비군) 강채윤은 참혹한 죽음과 위험한 음모에 온 몸으로 대적한다.
무엇 때문에 집현전 학사가 새벽의 우물 속에 처박혔는가? 사라진 금서는 어디로 갔는가?
살인자의 정체를 쫓아 궐 안의 미로를 헤매던 채윤은 거대한 시대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들은 새로운 격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젊은 학사들과 그들의 수장인 주상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목숨을 걸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와 이를 막으려는 정통 경학파의 거대한 음모.
수수께끼의 문신과 그림, 그리고 경복궁 구석구석의 전각들에 숨겨진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채윤은 사건의 중심부로 다가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