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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알프스를 읽고

클레오67 2009. 11. 19. 00:55



신도시 외곽에 위치한 모텔,

우후죽순 들어서는 고급러브호텔들에 비해 시설이 현저히 떨어지는 가장 오래된 낡은 모텔 "알프스".

직원들조차도 하나같이 문 닫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할 정도로 찾는 손님이 적다.

모텔을 되살리기 위해 사장은 기이한 모양의 '러브체어'를 들여놓고,

진지하게 이리저리 앉아보며 살피는데,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는 청소부가 있었으니, "윤"이다.


'윤'은 집 말고 머물 곳이 필요해서,

남편과 시어머니 모르게 모텔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집에는 일주일에 한번 들어가며, 많은 시간을 여관에서 보내는데...

손님들이 가고 난 후, 쓰레기와 침대 시트 등을 치우다가, 손님이 먹고 남긴 맥주가 있으면 마시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잠을 청하기도,

마치 아픔을 치유하듯이..그런 시간을 보내는데...

그날도 방을 치우던 윤은 방에 들여놓은 러브체어를 보고는 사장이 걸터 앉던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리다,

그 위에 자신도 살며시 앉아본다...

'윤'의 젊은 시절,

신체 건강했던 지금의 남편과 자주 찾곤 했던 '알프스장'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지금은 '알프스모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에 '윤'은 청소부로 취직을 했다...


부모 없이 조모의 손에서 자란 윤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해주고 싶어하고...

'우리집'으로 가자는 멋진 프로포즈를 했던 남편의 말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첫남자인 지금의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자신을 위해 껍질을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닦아서 건내주던 남편...

입가에 두드러기가 나도 오랜만에 보는 남편과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할 수 있기에 행복했던 '윤'.

그러나...그랬던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를 당하고...전신마비에 걸리게 되는데...

'윤'이 여관에서 지내다가 집에 온 날,

남편 목욕을 시키려고 낑낑대며 남편을 욕실에 데려와 앉혔는데,

남편이 윤의 손가락을 꽉 물고는 놓질 않는다!

시어머니가 달려들어 간신히 놓긴 했지만,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피가 살짝 배어 나오고...

윤은 속상한 마음에 사무쳐,

"이건 또 뭐야?! 내가 당신 사랑해서 못 떠난다고 생각해?!" 눈물을 쏟아낸다...


그날 밤, 착잡한 마음으로 누워있는 남편을 내려다보던 '윤',

남편을 옆으로 힘들게 밀어 젖힌채, 그 옆에 누워보는 윤,

그의 팔을 들어 팔베개를 해보는 윤, 남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대보는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뺨사이로 젖어든다...

천천히 남편의 몸을 당겨 얼굴을 자신의 목에 묻히게 하며...

"여보, 그런대도 난 당신 안 미워.... 내 목을 물어줘..예전처럼..." '윤'과 남편은 함께 눈물을 쏟아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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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상문학상에 빛나는

김인숙 작가의 여러작품을 읽다가 가슴에 와 닿은 <모텔 알프스>이다

'살아있는 몸을 잃어버린' 남편 앞에서

'살아있는 몸뿐'인 주인공윤은,

육체에 대한 환멸과 육체가 없어지면서 함께 자취를 감춘 사랑에 대한 환멸로 절망한다

윤은 오로지 살기 위해, 불구가 된 남편 대신 시어머니와 싸운다

싸우면서 그녀는 그 순간에만 살아 있다고 느낀다

결국 모든 환멸과 분노 절망을 접어두고 사랑했던 순간을 " 네 생의 끝까지 갈 기억"이라고 정리한다

그래,,,,무엇이든 하렴.

살아있는 몸일때. 너희들 무엇이든 하렴,,,그렇게 하렴

윤,,,,그녀의 절망이 느껴지는 대사이다

어쩌면

생의 끝까지 절망과 환멸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리라는 막막한 예감 때문에

그녀가 더 슬퍼보이는지 모르겠다

육체,,,

그것 또한 사랑의 일부분일까?

내가 이소설을 말했을 때

S도 이미 읽어 알고 있는 사실에 난 적당히 당황스러웠다

같은 책을 읽고 공감 할 수 있다는 것,,,그건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S는 언제나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감동시킨다

내가 S를 존경하는 이유는

아마 이런 느낌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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