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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산행은 가야산이다

꼭 다시 한번 와 보고 싶었던 산이다

그 산 아래 해인사가 있기에,,,

주말이였더라면 아마도 등산객들로 발디딜 틈도 없을만큼 분주했을텐데

평일이고

산을 내려온 시각이 오후라 사찰은 더 고즈넉해서 다행이였다

가야산은 1400고지가 넘는 꽤나 힘든 암릉산이였다

특히 산을 오를때보다

내려갈때는 눈이 얼어 있어 미끄러워 안전사고에 주의를 해야 했다

산을 오르며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다시 내려갈 산을 왜 이렇게 힘들게 오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산아래에서는 결코 느낄수 없는 맛이 있다

박하잎을 앂으면 이런 맛이 날까?

정상에서느껴지는 알싸한 초겨울의 바람맛,,,,

그곳엔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미묘한 감정까지 뿌리째 뽑아올리는 그무언가가 살고있다

산을 오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념무상

그저 한발 한발 내디딜 뿐이다

그리고

그 가야산 아래 해인사가 있다

200년전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看書痴)라 불렸던 조선 후기 문인 이덕무도

임금이 보낸 순찰사를 맞으러 가는 길에 해인사를 들런 뒤 가야산기(伽倻山記)를 썼다고 한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이 대부분 역사책이다 보니

이덕무를 비롯하여

그와 친분이 있는 벗과 스승들의 이야기가 새삼 와 닿는다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해인사가 등장한다

박지원은 '구외이문(口外異聞)' 편에서 우리나라 천년고찰 해인사의 자주성을 간단하게 언급한다.

그는 '이름난 가람이나 큰 절들은 흔히 서로 이름을 답습해 붙이는 수가 많지만 해인사는 그렇지 않다.

중국 순천부(북경의 별칭)에는 옛날 해인사가 있었다.

명나라 때 중건했지만 지금은 공장이 돼버렸으며,

우리나라 해인사는 천여년 전에 이룩된 고찰인즉

북경 안에 있던 해인사는 응당 신라 때 창건된 절보다 뒤의 일일 것이다'라고 썼다.


우리나라에는 삼보(三寶)사찰이 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는 법보사찰이다.

통도사는 불보사찰이고,

송광사는 승보사찰이다.

흔히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지난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유네스코 등록 유산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장경판전'이다.

팔만대장경은 국보 32호, 해인사대장경판전은 국보 52호이다.

해인사 경내가 내려다 보이는 학사대에는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가 나무가 됐다는

전설의 잣나무가 있었다

힘든 산행이였기에 다리가 아파서

대웅전앞 계단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다

천년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선인들과 등산객,,,그리고 스님들이 이 계단을 밟고 갔으리라,,,

내려가면서 본 홍류동 계곡은 조용했다

가을날 화려한 단풍과 관광객들로 지친모양이다

군데군데 낙엽이 들러붙은 물은 차고 맑아 눈마저 시리다

겨울산행은 해가 짧아 서둘러야 했다

몇해전 가을 친구와 왔었을때

열정적으로 북을 두드리시는 스님을 볼수 있었고

경내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들을수 있어 참으로 좋았었다

삼라만상 중생,축생을 제도한다는 북소리와 종소리,,,

해인사에서 준비한 소박한 저녁을 먹고 싶었지만

서둘러 돌아와야 했기에

산악회에서 준비한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녹음이 짙은 여름이나 붉은 단풍이 물든 가을산행은 아니였지만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내겐 올때마다 매력적인 산임에 분명하다


--까꿍
그렇지요 산을 오를땐 잡념을 다 떨쳐버릴수가 있죠 국립공원 가야산! 언제가도 우리의 맘을 기댈수 있죠.
잔잔한 마음의 너울을 표현하셨군요 좋습니다. 08.12.20 21:03
--까꿍
카페가입과 동시에 멋진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산행후기란에 올리면 좋을것을요~~~~~~~~~ 옮겨왔어요! 08.12.20 21:52

--자유여행
정말 좋은 글,좋은 음악 잘 읽고 듣고 갑니다...
해인사가 좀더 따사로이 가슴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좋은 선물을 받은것처럼 기분이 좋으네요...감사합니다. 08.12.20 21:10

--봄비
예전에 해인사를 두루 돌아본 적이 있었죠....
한번은 한여름 때악볓 아래였고...한번은 늙은 노스님 살림살이 없는 승방같은 늦가을이었고....
또한번은 하얀눈 소복히 쌓인 한겨울속......인연이 많은 곳이네요...
좋은 산행후기 잘 봅니다.....글속에 깊이가 묻어나네요.....
글을 보면 그사람 내면의 깊이도 옅볼수 있다던데......가끔 좋은글 부탁드려요~ 08.12.20 23:08

--켄유
가야산 산행후기 담백한 글 잘 보고 감니다.
이 경진님 고마워요.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릭네임도 참좋습니다..클레오 ....함께해요 .
산과 함께 크게보는 가슴으로 살아봅시다... 08.12.21 05:38

--켄유
정말 후기다운 글을 봅니다..남김은 나의 추억을 오랫동안 보관하는곳------
회원님 산행후 후기쓰기 생활화 해 봐요....몰랐든 사실을 알수가 있듯이...
글을통하여 많은것을 배우기도 합니다...잘 보고 가요... 08.12.21 05:40

--참꽃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산행후기 쓰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 08.12.21 21:13

--태백산맥
클레오님 정감이 넘 좋아요~~ 08.12.21 21:18

--산대장
훌륭한 산행후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08.12.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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