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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클레오67 2007. 8. 31. 19:32

오늘은 조선당쟁이란 책속에서 허난설헌을 만났다

본명은 초희 난설헌은 호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웠으며

조선여인들의 한을 시로써 표현하여 생명있는 문학의 진수를 선보인 여류문인이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나이기도 하며

어려서 부터 영민했던 그녀는 동생과 함께 (서애) 유성룡과 (손곡) 이달에게서 학문과 시를 배웠다

열다섯살에 안동김씨 문중 김성립에게 시집을 갔으나

시집의 분위기가 친정과 다르게 엄격하여

가정살림에 익숙하지 못해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사이도 좋지 못했다

초희를 담기에 부족했던 김성립은 벼슬길에 오르긴 했으나

큰벼슬은 못하고 기방 출입이 잦았다


가정에서 점점 소외되어 간 그녀는 더욱 시문과 독서에 몰두하여 텅 빈 가슴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져 갔다.

게다가 그녀의 불행한 가족사 때문에도 갈수록 한이 쌓여만 갔다.

그녀가 시집 온 이듬해에 아버지가 상주의 객관에서 돌연히 세상을 떠났고,

그 3년 후에는 그녀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해 주던 둘째오빠 하곡 허봉이 동인의 선두에 서서

율곡(栗谷 李珥, 1536~1584)을 탄핵하다가 갑산(甲山)으로 유배되었다.

믿고 의지하던 두 기둥이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나 버린 것이다.

더구나 슬하의 두 자식이 모두 어려서 1년차로 죽고 태중의 아이마저 잃자

그녀의 삶은 삭막함과 애절함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으며,

그녀가 죽기 한 해 전에는 둘째 오빠 하곡이 귀양에서 풀려났으나

관직에 뜻을 잃고 세상을 유랑하다가 금강산에서 병사하여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27살 되던 해(1589년) 어느 날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단장한 후에 집안사람들에게

"올해는 내 나이 세 번째 아홉수에 해당하는 해인데 마침 오늘 연꽃들이 서리를 맞아 붉게 변했으므로

미리 말했던 것처럼 바로 내가 죽을 날이다.

내가 죽은 다음에는 지은 시들을 모두 불태워 나처럼 불행한 여인이 다시는 조선 땅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그동안 자신이 시를 짓고 책을 읽던 초당(草堂)에서 홀연히 숨을 거두었다.

난설헌은 스승 손곡을 통해 당나라의 시에 많은 영향을 받아 중국시인들의 시구와 시상들이 반영된 작품이

많아 중국에서 먼저 칭찬과 인기가 높아져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시 속에서 현실에 대한 절망스러움을 그리움으로 승화시켜 표현했으며,

그 질곡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상으로 신선 세계를 택하여 정신적 탈출을 시도하여

자신을 현세의 사람이기보다는 선계의 존재로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몽유 광상산'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신선 세계와 인연이 있는 존재로 묘사하였던 것만을 보아도

그녀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선계를 동경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어릴 적에 많이 보았던 도교 관련 책들의 영향도 컸던 듯하다.

채련곡(采蓮曲)

가을 맑은 긴 호수엔 벽옥같은 물 흐르고

연꽃있는 깊은 고셍 목란배를 매었다네

그대를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혹시 나믜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 무안했네

맑은가을날 호수가 고요한데 푸른물이 잔잔히물결치는데

연꽃있는 깊은 뭍가에 난초 배를 매어 두고는

얼핏 멀리 그대가 보이자 눈길을 끌고 싶어 연꽃을 따서

퐁당퐁당 호숫물에 던져 놓고는

혹시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그 수작을 보고는

자신의 맘이 들켰을까봐 하루종일 부끄러워했다는 내용이다

이조선비들은 그녀를 매도 할때 이 시가 양반집 규수가 남자를

유혹하는 이 부분이 부도덕하다 하여 비난하였다하니

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처사라 아니할수 있는가

숨막히는 유교사회에서 철저히 버림받고 희생당한 빼어난 미모와 재능의 허난설헌의

아픔이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얼마전해지지 않은 몇편의 시와 그림속에서 배어나오는 듯 하다

춘우(春雨)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속 스며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위에 지네

규원(閨怨)

비단띠 비단치마 눈물흔적 쌓였음은

임그린 1년 방초의 원한의 자국

거문고 옆에 끼고 강남곡 뜯어내어

배꽃은 비에지고 낮에 문은 닫혔구나

달뜬 뜨락 가을은 깊고 옥병풍 허전한데

서리 핀 갈밭 저녁에 기러기 앉네

거문고 마무리 타도 임은 안오고

연꽃만 들 못 위에 맥없이 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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