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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신작소설이다
피곤한 와중에도 틈틈이 침대 옆에 두고
천천히 아껴 읽은 책이다
한장한장 책장을 넘길때마다
아름다운 문장에 감탄했다
작가는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초여름에 이르는 동안
휴전선 이남의 여러지방을 여행하면서 이글을 썼다
뛰어난 감각으로 자연을 묘사하는
작가를 따라 나도 모르게 마법에 걸린 숲의 미로를 걷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글로써 화폭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느낌
흥미진진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느릿느릿한 내용에 자등령의 숲에 관한 묘사가 절반이다
누군가는 싱겁다 말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난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완전 빠져서 아껴서 읽었다
너무 섬세해서 작가가 혹 여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소통의 부재를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마음속 외로움을 자연을 보며 달래고 있었다
톡톡톡 하고 별처럼 꽃을 피우는 도라지꽃을 바라보며,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자신을 위로받고, 치유받기도 하고,,,,
삶을 견디는 것은 저렇게 힘들고 쓸쓸한 일인가?
아버지의 뼛가루에 밥을 버무려 새에게 던져주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났다
내 나이가 작가의 지금 나이와 비슷한 시점이 되면
꼭 다시 한번 더 읽어야 겠다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부처가 생명의 기원을 말하지 않은 것은 과학적 허영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산천과 농경지와 포구의 생선시장을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창조나 진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가설일 터이다
구름이 산맥을 덮으면 비가 오듯이,
날이 저물면 노을이 지듯이,
생명은 저절로 태어나서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갔는데,
그처럼 덧없는 것들이 어떻해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말할수 있는 것인지, 나는 눈물겨웠다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들을 써본적이 없다
중생의 말로 '사랑'이라고 쓸 때 , 그 두글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부재와 결핍을 드러내는 꼴이 될것 같아서 겁 많은 나는 저어했던 모양이다
그러하되, 다시 돌이켜보면 그토록 덧없는 것들이
이 무인지경의 적막강산에 한 뼘의 근거지를 만들고 은신처를 파기위해서는
사랑을 거듭 말할 수밖에 없을 터이니,
사랑이야말로 이 덧없는 것들의 중대사업이 아닐 것인가
작가의 말에 나온 이 문장들도 나는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내가슴 한 켠에
촉촉히 져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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