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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ango Lesson

"아...... 나는 생각한다.
댄스를 하듯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세를 부리거나 자만심을 갖지 않고,
겸허하게 일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하게 그리고 자신이 넘쳐 흐르게..
열린 음으로 열심히 일하며 환희 속에서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아마도 본래의 내 모습을 볼 수 있겠지..."
- 영화감독 샐리 포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올란도>(92)라는
여성주의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영화감독 샐리 포터의
<탱고 레슨>(97) 포스터이다. 샐리 포터가 감독, 각본, 주연의 1인 3역을
해낸 이 작품은 그녀 자신의 영화와 사랑, 삶에 대한 자전적인 영화이다.  

새로운 영화를 구상하기 위해 파리로 온 샐리는 우연히
탱고 공연을 보게 되고, 탱고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매혹된
그녀는 파블로라는 댄서에게 레슨을 부탁한다. 한 동작 한 동작 탱고를
배우며 샐리는 그 과정을 영화로 구상하는데...
탱고를 배우는 샐리과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진 파블로는 탱고를 통해
그리고 영화를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삶과 사랑을 배워간다.



남녀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고, 남성에 의해 리드되는 탱고.
이 영화에서 탱고라는 소재는 그것을 익히는 과정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그리고 남성과 여성인 파블로와 샐리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역전시키며,
그것을 통해 서로가 진정한 하나가 되는 조화로운 춤과 삶이라는
주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영화의 내용이 이 한 장의 포스터로
너무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포스터의 뒷 배경에는 역동적인 탱고 동작의 고풍스러운 그림이 있다.
그런데 강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남성과 그를 받아 안는 여성의 춤 동작과
그 앞에서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는 샐리과 파블로의 자리는 반대이다.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샐리와 그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파블로의 동작.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속성이 대립되는 것으로 규정되지 않고,
그럼으로써 두 사람이 조화로운 일체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



샐리 포터와 파블로 베론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강변을 거닌다
파블로 베론이 말한다.
"두려워요, 뿌리를 잃은 느낌이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요."
샐리 포터는 그를 위로해 주며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서 우리가 만난 거예요."
두 사람은 포옹을 한다.
그리고 샐리 포터는 이 노래를 부르며 파블로 베론과 함께 탱고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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