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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병>
털썩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그만 정지해버리고 싶은 순간,
너무 멀리 와버린 내가 주체할 수 없이
미워지는 순간이 있다.
비상등에 빨간 불은 이미 오래 전에 켜졌는데,
STOP 표지판을 무시해버리고 줄곧 달리기만 했다.
달리다 보면 그래도 웃는 날이 올거야'
포기할 수 없으므로 그냥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목이 탔고
몸 안에 가득 찬 모래는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왔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 갔다.
내 안의 아이는 수시로 칭얼댔지만
나는 '이따가 사탕 줄게'라는 말만
주문처럼 중얼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꼬마놀이>
아빠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며 묻는다.
"경희랑 싸웠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 급기야 흐느낀다.
"아빠가 내일 경희 혼내졸게."
나는 이윽고 꼬마가 부러워진다.
고작 친구랑 싸웠다고 울어도 되다니.
저런 사소한 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니.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도 나잇값 못한다고 할까봐.
꽁꽁 싸매었던 서글픔만 100톤 트럭.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
슬퍼도 참아야 하는 것,
아파도 웃어야 하는 것.
나는 정말이지 철들고 싶지 않다.
나를 잊지 말아요 /최고의사랑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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