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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로,,,
정말아
나는 말이다
노할머니께서 내가 시집오던날 노란저고리를
입으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단다
"손부야 맛있는 밥 차려줘서 고맙다
내가 죽으면 옥황상제한테 니 얘기 꼭 전하마"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오늘따라 귓가에 쟁쟁
들리는 것 같다
쬐끔은 귀엽고 엄살도 많으시고,,,
장례식장은 인산인해였다
집안의 제일 어른이신지라 조문이 줄을 이었고,
손부인 나는 발바닥이 아플정도로 피곤했건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상복문제부터 시작해서 말들이 많아 솔직히 짜증이
났었다
대부분의 상주들도 연세가 많은 70대노인들이라
지칠대로 지쳐가고,,,,
도무지 돌아가시고 나서 입는 옷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장례식장은 장례식장 대로 온갖 허례허식들,,,
조선시대 복상기간을 둘러싸고 서인과 남인들간의 논쟁인 예송논쟁이 생각났다
국가를 예의로 다스림으로써 이상사회를 조성하려는 실현방법이라지만
붕당정치라고볼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사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 혼례나, 장례나
집안과 지역에 따라 무슨 관습들이 그렇게나 많은것인지,,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실랑이만 부리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그럼 모든것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젠
내가 생각하는 그 짧은 시간들 속에만 존재하게 되시는 분
이맘때쯤이면 이름도 모를 산나물을 한보따리씩 캐오셨는데
할머니
많이 그리울 거예요
바람이분다 - 이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