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회식이 잦다저녁을 먹고나면 으례 노래방을 가게 된다요즘 아이들이 최고로 꼽는 가수는 빅뱅이다그 빅뱅이 예전에 이문세가 부른 '붉은노을'에 랩을 더해 신나게 부른다누군가 빅뱅의 붉은노을을 신청했지만우리 아줌마들에겐 역부족이다영어가 들어 간 그 랩을 따라 부르기가 힘들다 ㅎ ㅎ우리에겐 역시 이문세의 붉은노을쪽이다난 노래를 잘 못한다그래서인지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빅뱅 ,,,,뜻은 이라나 뭐라나아이들은 그들이 나오면 대폭발을 시작한다아들의 폰에도 온통 그들의 노래다참으로 노래를 신나게 잘 하는 개성넘치는 5명의 청년그렇게 잘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장난꾸러기 같아서 오히려인기가 있는 모양이다아뭏든 이문세의 노래가 끝나면빅뱅이 부르는 붉은 노을을 들어보자딸아이는 빅뱅의 멤버중 TOP이 제일 좋..
엄마의 진단서를 보내달라는 오빠의 문자를 받고 병원에 다녀왔다가족의 병원비도 80%나회사에서 나온다니우리나라도 그저그런데로 복지국가에 속하는 모양이다병원은 온통 노인천국이다도무지 병원인지 요양원인지 구분이 안된다나도 늙으면 저렇게 되는건 아닐까? ,,,늙어도 '제발 치매만은 걸리지 않게 해 달라'고 소망하지만 나의 뇌속에도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수없다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은 컴퓨터를 연상하면 된다정보를 입력하고,저장한 뒤 필요할때 꺼내 쓰는 것이다여기서 입력장치가 바로 뇌속의해마(海馬)라는 조직이다따라서 해마가 손상을 받으면 아예 입력조차 성립되질 않는다치매는 바로 해마라는 조직이 망가져 발생한다치매환자들이 식사를 금방하고도 또 밥을 달라고 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술을 너무 마셔 필름..
▲ 김홍도 ⓒ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단원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다. SBS 수목드라마 (매수 수·목 밤 10시) 8회에서 도화서 별제가 이명기의 경쟁 상대들을 말해줄 때, 김홍도를 설명하며 쓱 지나간 그림이기도 하다. 이미 이 그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도 기억하기 힘들 것이다. 내 동료 하나는 이 그림 프린트본이라도 하나 구해서 집에 걸어두고 보고 싶다고 했다. 김홍도의 그림이라니까, 어떤 안목 높은 이는 집에 걸어두고 싶다고 하니 멋진 그림이려니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종이 한 구석에 쓱쓱 나무 한 그루 그리고, 저 밑에 얼굴도 대충 해서 사람 둘 그려 놓은 것이 뭐가 멋있는지 모르겠다는 이도 많을 것이다. 솔직히 나..
마지막 남은 잎새에게도 겨울이 왔다김장을 했다몸이 천근만근이다처음엔 정성껏 버무리다가끝 무렵에는 동서와 내가 오히려 파김치가 되어버렸다골고루 나눠담다가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갖다드릴 김치에는 굴을 더 넣어 담았다한달이 넘도록 병원에 계시니까완전히 늙어버린 엄마가 속상하다오랫만에 만난 언니와 오빠도 속상해한다꼭 잘 보살펴드리지 못한 내 탓 같다마음같아선 이 집에서 뛰쳐나와 엄마하고 둘이 살았으면 좋겠다겨울이다방안에 있다가 마당으로 나오면12월의 알싸한 초겨울, 초저녁 바람이 맛있다박하잎을 씹으면 이런 맛이 날까?이 바람을 먹고나면 가슴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아버지선생님오빠친구들윗지역으론 첫눈이 왔다고 하는데,,,마흔이 지난 지금도여전히 첫눈은 가슴 설렌다첫눈이 내립니다얼른 눈부터 감았습니다내안의 그..
단풍나무에 불이 났습니다지난달 모임때부터 가슴설레이게 만든 가을나들이입니다같은 직장안에서 아줌마들은 이모임 저모임 문어발식 모임이 한두개가 아닙니다같은 띠모임입사멤버모임같은 그룹모임같은 동아리모임그저 하나,둘씩 만든 모임 핑계삼아 더 늦기전에 놀러 다니기에 혈안입니다우리 모임이 다녀왔으니 그다음은 말띠들의 나들이가 있을 예정입니다멋지게 나온 사진을 자랑삼아 휴게실 게시판에 붙여야하는데이번 사진은 잘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어 속상하다고 모두 궁시렁 거립니다나는 눈을 감았고경자는 불량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우리 모임 두목같습니다영미는 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건지,,,,정상이라 춥기도 했지만 사진찍어줄 사람이 없어 은희가 대신 찍는 바람에우리 6명 양띠사진에 은희가 빠져버렸습니다예쁘게 나오면 좋겠지만있는 그대로 나..
은행에 갔었다그기서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났다그는 그때 나보다 나이가 두살 아래였었다지금 다시 만난 그는 나보다 두살 아래가 아닌두살 위쯤 들어보였다머리에 흰머리도 생겼고,,,,눈이 휘둥거레 쳐다보다 우린 서로 웃었다도무지 우리사이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걸까?그는 그때 군대도 가지 않았는 소년같은 남자였었는데,,,4월1일 만우절날 그가 내게 데이트신쳥을 했었고난,당연히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었다휴대폰도삐삐조차도 없었던 그 시절,,,,다음날 은행에서 그는 무척 서운한 표정으로 뾰로퉁했었다누나인 나는 남동생 취급을 하며미안하다고대신 같이 점심을먹은 기억이 난다군대가서도 몇번인가 편지를 보내왔었지만답장을 하지 못했었다그때 내겐 그저 나이어린 남동생이였을 뿐,,,,자판기앞에서 그동..
가을비 촉촉히오시는 날 마음에 홍등하나 켜다,,,,,,,,, 친정집에 가서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주인이 없는 집안은 모든게 적막해 보였습니다 수술해서 병원에 계신 엄마는 아침부터 화분에 물을 줘야 한다고 걱정이십니다 그깟 화초들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침부터 전화를 하느냐며 핀잔을 줬지만 병원에 입원하던날 화초 하나하나마다 인사를 하며 돌아올때까지 잘 있으라며 잎을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이 나서 집에 오자마자 나도 따라 해 봅니다 "애들아 잘 있었니? 울엄마 빨리 걷게 모두들 기도해야 한다 알았지? 내년 이맘때는 경주 보문단지에서 엄마와 커플자전거 탈거야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 내가 앞에서 힘껏 페달을 밟을거야 엄마는 그냥 내 허리잡고 앉아 계시기만해두 좋을텐데,,,, 애들아 그렇게 해 줄거지?" 내말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떠나지 않아도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집에 돌아와 보니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 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들의 말은 모두 詩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글- 김대규낭송-김미숙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