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땅에 때 맞추어 곡우 쏟고 돌풍일거라는데 그 와중에 순백의 싸리 자리펴고 신방차린 아! 붉고 붉은 황홀한 정사 눈부시다~~ 남편과 황매산을 다녀왔다. 몇해전에 왔을땐 꽃이 피지 않아서 속상했었는데, 이렇게 만개한 철쭉을 보니 황홀했다. 정상까지 차로 갈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아서 나이가 많으신 노인들도 차를 타고 올라 와 꽃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상춘객들의 알록달록한 옷가지와 더불어 바야흐로 온 산은 봄이였다. 단언컨데, 이렇게 화려한 봄은 처음이다. 끝없는 봄속으로 나는 물들어 가고 있다.
오늘 어머님과 장도 담그고 종묘상에 들러 상추씨와 쑥갓씨를 사와서 텃밭에 뿌렸다 작년 가을 말라 비틀어진 가시덤불 사이엔 보오얀 쑥잎이 냉이와 함께 나와 있었다 누가 뭐라해도 봄인 것이다 생명의 힘 앞에선 마음조차 경건해 진다 서정주 시인이 말했듯 꽃 피는 것이 기특한 봄이다 나의 어머니는 봄이면 텃밭을 들추어 대며 흙에다 끊임없이 중얼거리신 기억이 난다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특함을 얘기 하셨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봄이다 꽃 피는 것이 기특한 봄이다 나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이에게도 꽃 피는 것이 기특한 봄처럼 새롭고 힘차게 봄이 다가오길 빌어본다 /////////////////////////////////////////////////////////////////////// 카카오스토리에 이 글을 ..
정호승 시인 전남 완도에서 찐빵을 사먹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밤거리를 걸어가는데 멀리 ‘찐빵’이라는 간판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다. 어릴 때부터 찐빵을 좋아해온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선뜻 찐빵집으로 들어갔다. 내 주먹보다 큰 완도의 찐빵은 투박하지만 맛이 있었다. ‘저녁을 먹었으니까 맛이 있어도 하나만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너무 맛있어서 한 개 더 집어 들었다. 그때 건너편 자리에서 남편하고 저녁을 먹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찐빵만 먹지 말고 저녁 같이 먹어요” 하고 말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모르는 사람한테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을 들은 것은 군 복무를 하던 20대 때 부대 인근 마을 사람한테서 들어보고 처..
화정이가 졸업을 했다 꼭 대학교 졸업식장 같았다 여학생들이 얼마나 꾸미고 왔는지,,, 신혼여행 가는 새색시 마냥 화려했다 내가 보기엔 예쁘기만 한 화정이는 코를 성형하고 싶어한다 내 코를 닮았다고 투덜거렸다 하 하 하 당연히 내 코를 닮아야지 그럼 누구 코를 닮는단 말이양,,,ㅎㅎ 내 젊은 시절을 함께 봐 온 사람들은 화정이가 내 젊은 날의 나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남편 친구들 마저 경진이네~~ 조카들도 이모 하고 닮았다고 하는 걸 보면 닮았나보다 난 잘 모르겠는데 말이다 유전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난 아버지를 닮았었고 아버지는 친할머니를 닮았었고 내 딸은 나를 닮고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 아마도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인가 보다 하지만 엄마의 바램은 겉모습은 닮아서도 너의 앞날은 엄마보다 할아버지보다 또..